오래된정원의 借景

류현진이 투구할때 마음가짐을 제대로 알수 있는 인터뷰네요. 


[달인,야구를 말하다] 류현진이 힘 빼고 던지는 법(정철우 칼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힘을 넣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들 하는데.

 

(류현진) "맞는 말인 것 같다. 1,2회는 좀 신중하고 세게 던지지만 3,4회부터는 맞춰 잡으려고 힘 빼고 던진다."

 

맞춰잡는다는 건 어떻게 던진다는 것인가.

 

"양쪽 코너를 너무 의식하면 안된다. 타자가 칠 수 있게끔 던지면서 변화구로 공략하는 것이다. 볼을 많이 안 던지려고 하면서 변화구로 강.약 조절을 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해낸다."

 

상식적으로 살살 던지면 크게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먼저 될 듯 싶은데.

 

"물론 안타를 맞으면 안된다는 부담은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해진다. 하지만 맞을까봐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힘 빼고 던진다는 것이 생각 없이 던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중하게 타자의 약점을 공략하거나 범타, 그러니까 땅볼이나 플라이가 많이 나오는 존을 공략해야 한다. 절대 절대 맞아서는 안될 땐 힘으로 윽박지른다."

 

땅볼 유도를 하는 방법이 있나.

 

"가장 기본적인 건 빠르게 가다가 느린 쪽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느리게 가면 변화구가 아무리 좋아도 타자들의 눈에 들어가기 십상이다."

 

아직은 좀 추상적이다. 확실한 모델을 통한 설명을 부탁한다. 지금 일본에 건너간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반드시 땅볼 유도가 필요하다. 어떻게 던질 것인가.

 

"일단 초구는 몸쪽으로 빠르게 붙이겠다. 그리고 2구째는 바깥쪽 체인지업을 택할 것이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거포에겐 위험한 만큼 잘 쓰지 않는다."

 

만약 2구째까지 볼이 됐다. 무얼 선택하겠나.

 

"그럼 3구째를 각 큰 커브로 하겠다."

 

낮게만 공을 보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시각차를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인가.

 

"그렇다. 그리고 일단 타자가 직구와 체인지업을 보며 빠른 공에 눈이 익숙해져 있다. 그럴땐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뺏어야 한다. 그래야 스트라이크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럼 1-2가 되면 다시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이 효과적인가.

 

"그렇다. 다시 빠른 공부터 시작해볼 것 같다."

 

처음 체인지업을 배운 것은 신인 시절 캠프에서 구대성 선배에게로부터라고 들었다. 어떤 체인지업을 배웠길래 단기간에 최고가 될 수 있었나.

 

"기본은 바깥쪽으로 던져보라는 것이었다. “넌 직구가 좋으니까 조금만 변화를 주면 타이밍뺏기가 쉬울것이라고 하셨다. 우타자에게 멀리 보이며 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립은 기본적인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그건 지금도 내가 변화구를 던지는 기본이다. 타자의 방망이에서 최대한 멀리 빠질 수 있도록 던진다."

 

보통 변화구 하나 익히는데 빨라야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근데 그걸 한달도 안돼 제것을 만들었다.

 

"틈만나면 연습했다. 직구와 커브 정도밖에 못 던졌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타자들이 쉽게 방망아기 나오며 속았다. 재미있었다. 그래서 자꾸 던져보며 익혔다. 안 보이는데서도 훈련 많이 했다."

그 체인지업은 송진우에서 구대성으로 전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또 다른 것이 있다고들 하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잘 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크게 맞을 수도 있다. 체인지업을 던져보며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더 타자에게서 멀리 잘 떨어질까를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변형되며 나만의 폼이 완성됐다. 같은 서클 체인지업 그립이지만 손목 스냅을 거의 싱커 때처럼 꺾는다. 그렇게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우타자)바깥쪽으로 떨어트릴 수 있게 됐다."

 

류현진 체인지업은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기 때문에 더 위력적이라고 말한다.

 

"체인지업 던질 때 스피드의 차이와 낙차가 있지 않으면 장타를 맞게 된다. 그걸 너무 의식하면 팔 스윙이 느려진다. 아무래도 살살 던져야 차이가 많이 난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꾸준한 훈련을 통해 던지다보면 분명 속도차이도 내고 떨어트릴 수도 있다. 그게 몸에 익게 되면 괜히 힘 빼는 부분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똑같이 힘껏 던져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많은 투수들이 그렇게 못한다는 건 겁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 아닐까.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맞더라도 다음 승부에서 이기면 된다.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훈련 많이 해 두면 공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안된걸 생각하기 보다는 다음에 더 신중하게 던져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두려운 타자는 없는가.

 

"다 두렵다. 그러니까 공 하나 하나를 신중하게 던지려 하는 것이다. 특별히 더 꼽으라면 김동주 이대호 선배. 내 공을 신인떄부터 잘 쳤다."

 

제구력이 좋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투수가 정작 마음먹은대로 공이 가는 것은 생각만큼 많지 않기도 하다. 몸쪽 꽉 붙는 공을 10개 던지면 몇 개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나.

 

"5? 6? 그것도 컨디션 좋을때나 그렇다. 안 좋으면 서너개 밖에 맘 먹은대로 제구가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공이 들어가는 것 보다 중요한 건 나를 믿고 던지느냐 아니냐다. 맘 먹은대로 제구가 되진 않았어도 믿음이 실린 공은 타자를 이길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자 할때는 실투가 잘 안 나온다. 볼을 던진다고 할 때 실투가 많다. 스트라이크 던진다고 할 때 좀 더 집중하기 때문 아닐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투수코치들이 늘 하는 말과 같다.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겁먹고 던지면 무조건 맞는다. 늘 마운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3가지 있다. 신중함, 일관된 표정, 그리고 자신감이다. 제스처가 한결 같아야 야수들도 보기 편하다. 좋다고 표시할 필요도 없고 나쁘다고 화낼 필요도 없다. 또 못던졌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지금 실패보다 다음에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모든 타자를 두려워하지만 도망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 훈련 많이 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날 믿고 던진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한화는 여전히 실책이 많은 팀이다. 실책이 나오면 투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솔직히 야구 하기 싫어서 실책하는 사람 없다. 열심히 해보려다가 그렇게 된 거라 생각한다. 그런걸로 투수가 기분 상해하면 마인드가 잘못된 것이다. 반대로 내가 잘못 던져서 크게 맞아 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실책이 나오면 어떻게든 더 실점 안하려고 집중한다. 못 막아주면 내가 더 미안하다. 실책한 야수에게 부담준 것 같아서."

 

그렇게 신뢰를 얻으면 공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물론이다. 또 수비도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준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괜찮다. 그동안 계속 던졌지만 아픈 적이 거의 없었다. 나름대로 관리도 계속 받아왔다. 신경쓰다보면 더 못던진다. 특히 한화가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김인식 전 감독님이 날 인정해주시고 훈련 스케줄이나 방법 등을 조절해 주신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p.s.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해 보자면 다른 인터뷰에선 완급조절을 하는게 아니라 속도에 신경쓸때와 제구에 신경쓸때를 나누어서 던진다고도 했었죠. 확실히 이 친구는 타자와 싸우는 법을 아는 투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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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풍명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