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정원의 借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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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9 차경(借景)이란 무얼까? 1

제가 블로그질에 소질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글재주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블로그를 하려는건 제 지식의 비망록이자 공유의 장을 만들어 보고자 입니다. 저는 여러분야에 잡다하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관심이가면 찾아내고야 마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데 찾을때 그뿐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서 생각나서 다시 찾으려고,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지식을 한번 모아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이 블로그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래된정원이란 이름은 황석영님의 소설을 알기전에 생각해 낸거라 황석영님의 소설을 보고 정한 이름은 아닙니다. 그저 아기자기한 필명을 생각하다가 비밀의화원을 떠올렸고, 거기서 한걸음 나가서 오래된정원이라는 필명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게 황석영님의 소설이었을 줄이야.......그래도 한번 정했으니 끝까지 써보려합니다. 


그럼 이 글의 메인테마이자 첫번째 잡다한 지식이될 차경(借景)이란 무엇일까요??


그저 한자를 독해한다면 借景, 빌릴 차(借)와 경치 경(景)으로 결합된 한자어입니다. 즉 경치를 빌려온다라는 뜻이지요. 경치를 빌려온다라.......예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차경(借景)은 정원조성의 한 요소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정원조성방법의 매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물론 이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유래합니다. 과거 중국건축의 기본서로는 영조법식을 조경관계의 기본서로는 원야가 쌍벽을 이루는 전문서였는데요. 원야에서 서술하는 정원의 요소 11개중 하나입니다. 계성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에 최소한의 인공물을 가미하는 정원을 추구하였는데요. 원야에서는 차경에 대해 원림조성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써 차경의 종류를 원차(遠借 - 먼곳의 경물을 차용), 인차(隣借 - 가까운 곳의 경물을 차용), 앙차(仰借 - 높은곳의 경물을 차용), 부차(俯借 - 낮은 곳의 경물을 차용) 그리고 응시이차(應時而借 - 시절 풍경에 따라 경물을 차용)로 나누었습니다. 이 요소들은 각기 독립적인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될수 있는 개념으로 원차, 인차, 앙차, 부차의 공간적 개념과 응시이차라는 시간적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이 차경은 우리나라에서 정원의 중요 요소로써 많이 쓰였는데요. 대표적인 차경의 예를 몇개 들어볼까 합니다. 


가장먼저 제가 생각하는 차경의 가장 멋진 예로는 조선시대 유학자인 희재 이언적이 지은 독락당의 살창을 꼽고 싶습니다. 개인적 기질과 유력한 유학자이지만 당대 중앙정부로 부터 받은 외면에 낙심한 이언적은 매우 폐쇄적인 집을 지었습니다. 독락당은 계곡 깊숙히 지어졌는데 그 옆으로 매우 아름다운 계곡이 흐르고 있습니다. 


계곡에서 바라본 독락당의 계정, 독락당 옆으로 계곡이 이쁘게 흐르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출처 : http://caryle.tistory.com/82

아마 이언적은 이 계곡을 너무 사랑했나봅니다. 사랑채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계곡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정자가 있음에도 사랑채 책방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담을 뚫고 창을 설치했으니까요. 


독락당의 살창. 출처 : http://garden.egloos.com/10001194/post/11362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차경의 아주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독락당의 살창이 아닐까 합니다.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케이스인데요. 경치를 보기위애 외벽에 창을 설치하는 생각은 매우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런것을 볼때마다 전 한옥이 얼마나 멋진 건축물인가 생각하곤 합니다. ㅎㅎ

사랑채 책방에서 바라본 살창. 왜 이언적이 이 살창을 설치했는지 느낄수 있을 정도로 멋진광경이죠? 출처 : http://www.gtraveler.com/board_community_t_story/content.aspx?tname=board_community_t_story&b_UniqueID=2322&Page=


자연스러움을 좋아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원에서는 이 차경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하고 빈번하게 쓰였습니다. 특히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갖춘 우리땅의 산수를 즐기기엔 차경이란 요소는 매우 매력적이었겠죠. ㅎㅎ 정원으로 유명한 소쇄원이나 담양의 명옥헌의 원림등 유명한 정원이 있는곳에 차경도 매우 중히 쓰였습니다. 


독락당 계정에서 바라본 전경. 이것도 차경이라 할 수 있겠죠? 출처 : http://www.tongguitar.co.kr/bbs/board.php?bo_table=tong_photo&wr_id=11031&page=3


제가 이 블로그의 이름을 차경이라 한 이유는 단순히 생각하면 차경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이기도 하구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식의 정원에서 제 시각으로 보는 경치를 여러분들께 보여주고 싶은 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것으로 첫번째 잡다한 지식인 차경에 대한 짧은 설명을 마쳐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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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풍명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