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정원의 借景

메이져 진출 후 큰 적응기간 없이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

류현진의 KBO에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었지만, MLB의 류현진은 체인지업 외에도 슬라이더를 큰 무기로 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슬라이더가 어떻게 메이져리그에서는 주무기중 하나로 쓰이고 있는지 pitch/fx상 데이터를 통해 류현진의 슬라이더를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움짤로 한번 감상해보시죠. 


볼티모어전 3회말 1-2카운트에서의 4구째 슬라이더 (출처 : 엠팍 레드버틀러님 움짤)

일단 화면상으로는 괜찮아보이는 슬라이더 입니다. 그렇다면 pitch/fx상 데이터로는 어떻게 집계가 되었을지 봅시다. 



자 이 표들을 분석하기전에 몇가지 용어를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가장먼저 표를 봐주세요. Velocity는 평균 구속을 의미합니다. 물론 단위는 마일이죠. 그다음 중요하게 Vertical과 Horizontal인데요. 요 두 수치는 공의 무브먼트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투수가 던진공의 무브먼트는 중력과 공의 회전에 의해 무브먼트가 결정되는데요. Vertical과 Horizontal 이 두 수치는 투수가 던진공의 회전을 무시하고, 중력이라는 변수만 작용했을 때 공이 통과하는 지점을 중심점 즉 0이라고 보고 거기서부터의 변화를 수치로 나타냅니다. Vertical은 수직무브먼트, Horizontal은 수평 무브먼트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수직무브먼트에서 기준점보다 위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양수로 기준점보다 낮게 움직이는 무브먼트는 음수로 표현되며, 수평무브먼트에서는 기준점보다 (투수시점에서)왼쪽으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는 양수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는 음수로 표현되며 단위는 인치입니다. spin angle은 회전하는 공의 회전축 방향을 의미하고, spin rate는 회전수 즉 분당 회전수를 의미합니다. 


자 그럼 류현진의 슬라이더를 볼까요? 류현진의 슬라이던는 약 83마일의 평균속도를 보이며 무브먼트는 기준점보다 1인치정도 위 그리고 기준점보다 1인치정도 더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무브먼트가 적은거 같은데 왜 타자들이 속냐고요? 그것은 류현진의 다른 구종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류현진이 주무기로 쓰는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모두 상승무브 먼트가 강한 구종들인데요. 포심이 약 11인치의 상승무브먼트를 보이고, 체인지업이 약 9인치의 상승무브먼트를 보입니다. 또한 수평무브먼트도 패스트볼이 4~7인치, 체인지업이 7~9정도의 양수 무브먼트 즉 우타자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무브먼트를 보입니다. 결국 슬라이더와는 거의 정 반대의 무브먼트를 보이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큰 무브먼트가 없는 류현진의 공이지만 다른 공들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를 보여서 타자들이 속게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가지게 된 의문은 세번째와 네번째 그래프 즉 각각의 슬라이더의 회전축방향과 속도, 수직수평무브먼트를 표시한 그래프에서 시작됩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알아차리셨을 것도 같은데요. 바로 슬라이더의 회전축 방향입니다. 그래프상으로는 류현진의 회전축방향은 0도에서 360도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남을 알수 있습니다. 또한 류현진 슬라이더의 평균분당 회전수는 355회 인데요. 이는 2200대를 유지하는 현진이의 패스트볼과 2000대를 유지하는 체인지업을 생각한다면 정말 작은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의 무브먼트를 결정하는건 회전수와 회전방향임을 생각한다면 전 구간에 걸친 회전방향과 적은 회전수는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그래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메이져에서 슬라이더로 먹고산다는 몇몇의 투수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일먼저 우리 현진이의 팀동료인 엄친아 커쇼!

출처 : 엠팍 최단신찌롱님 글


두번째 같은 동양인 메이져 선발투수 다르빗슈!

출처 : 엠팍 최단신찌롱님 글


세번째 랜디존슨의 후계자 소리를 듣고있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크리스 세일!

세일은 아쉽게도 움짤이 없네요....ㅠ.ㅠ

자 데이터들을 봅시다! 어? 모두들 회전수는 최소 1천이 넘고, 스핀앵글도 일정한 범위의 스펙트럼을 유지함을 알 수 있네요? 그렇다면 더더욱 류현진의 슬라이더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더욱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비슷한 데이터를 보이는 선수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수들의 데이타를 한번 나열해 보려 합니다. 


자 첫번째 크보에 류뚱이 있다면 메이져에는 사바뚱이 있다!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사바시아

출처 : 엠팍 최단신찌롱님 글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저스틴 벌렌더!

출처 : 엠팍 최단신찌롱님 글

요렇게 두명을 찾게 되었습니다. 둘 모두 공통점이 있네요. 넓은 범위의 스펙트럼에 분포되어있는 회전방향 그리고 500대의 분당회전수.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유사하지 않나요? 자 그렇다면 처음 보여준 커쇼, 다르빗슈, 크리스 세일과는 어떤점이 다를까요? 움짤을 유심히 본 분이라면 눈치 채신분도 계시겠지만 처음 세명은 바로 횡슬라이더를 던지는 대표적인 투수고, 두번째의 사바시아와 벌렌더는 종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라고 할수있습니다. 결국 이 두 집단사이의 슬라이더는 매우 많이 다르다고 봐야겠지요. 많은 회전을 걸어 수평이동을 크게만든 슬라이더와 회전을 죽여 브레이킹성을 높인 종슬라이더 이 두가지로 나뉜다고 봐야겠습니다. 결국 움짤상으로는 류현진이 횡슬라이더를 던지는 것 같지만 추적데이터 상으로 보면, 류현진을 종슬라이더를 던짐을 알 수있습니다. 


저 넓은 스펙트럼의 회전방향이 의미하는건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진이의 슬라이더는 종슬라이더 임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네요. 앞으로 더욱 이 슬라이더를 갈고닦아서 메이져리그를 씹어먹는 최고의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풍명금